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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기를 닫으며 — 우리가 다음에 거절할 것들

첫 5개월을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받지 않을 프로젝트, 하지 않을 결정들을 미리 적어둔다. 거절의 목록이 팀의 정체성이다.

거절 목록을 만든다는 것

무엇을 할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가 팀의 성격을 더 명확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지난 5개월 동안 실수하거나 힘들었던 상황들을 돌아보면 대부분 거절했어야 하는 것을 수락한 데서 시작됐다.

그래서 이번 분기를 닫으면서 다음에 거절할 목록을 명시적으로 만들었다.

우리가 다음에 거절할 것들

납기가 협의 불가인 프로젝트. 마감이 이미 정해져 있고, 우리가 범위를 조정할 수 없는 경우. 현실적인 납기 없이 시작한 프로젝트는 중간에 반드시 문제가 생겼다.

요구사항이 미확정인 상태에서 계약을 강요하는 경우. “일단 시작하고 나중에 정하자”는 방식. 우리 규모에서 이 패턴은 나중에 범위가 무한정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진다.

우리가 처음 써보는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 실서비스. 새 스택은 내부 프로젝트에서 먼저 검증한다는 원칙을 클라이언트 앞에서 깬 적이 있었다. 그 대가를 치렀다.

팀 전체가 아니라 한 명만 담당자로 고정되길 요구하는 계약. 세 명이 팀인데 실제로는 한 명에게 모든 게 집중되는 구조. 그 사람이 아프거나 바쁘면 팀 전체가 멈춘다.

거절이 어려운 이유

돈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렇다. 당장 수입이 필요한 시기에 거절은 이상적인 원칙처럼 느껴진다. 5개월 동안 그 압박을 몇 번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락했다가 후회한 횟수가 거절해서 후회한 횟수보다 많다. 이게 거절 목록을 유지하는 실질적인 이유다.

분기를 닫으며

5개월이 끝났다. 잘 한 것도 있고 못 한 것도 있다. 팀이 유지됐고, 합의한 원칙을 대부분 지켰고, 블로그를 계속 썼다.

다음 분기에는 이 목록을 손에 쥐고 시작한다. 목록이 길어지면 그건 우리가 더 명확해졌다는 뜻이다.

— by sle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