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글 — 블로그가 우리에게 주는 것
팀 블로그 100번째 글을 앞두고, 글쓰기가 개발팀에게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본다.
숫자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처음 블로그를 열었을 때 100번째 글이 언제쯤 될까 가늠도 안 됐다. 세 명이 돌아가며 일주일에 두세 편 쓰기로 했고, 12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왔다. 그렇게 숫자가 쌓였다.
100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이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가 더 중요하다.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된다
코드를 짜다가 막히면 러버덕 디버깅이라는 게 있다. 옆에 앉은 동료나 고무 오리에게 문제를 설명하다 보면 스스로 답을 찾는다. 글쓰기가 비슷하다.
배포 자동화 방식을 결정할 때 여러 옵션을 두고 우리 셋이 한 달 넘게 논의만 하다가 진전이 없었다. 슬렉스가 “일단 내가 한 편 써볼게”라고 했고, 그 글을 쓰는 과정에서 방향이 정해졌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 설득됐고, 나머지 둘도 그 글을 읽고 동의했다. 회의 세 번보다 글 한 편이 효과적이었다.
기억을 외부화한다
개발팀은 결정을 많이 한다. 왜 이 기술을 썼는지, 왜 저 방법은 버렸는지. 그 결정의 맥락이 기억 속에만 있으면 6개월 뒤에 사라진다. 블로그에 적어두면 검색된다.
실제로 몇 번 그랬다. 작년에 특정 방식으로 설정을 잡은 이유를 블로그 글에서 찾았다. 당시 slecs가 쓴 글에 “이걸 이렇게 한 이유는 X였다”는 문장이 있었고, 그 덕에 실수를 안 반복했다.
외부 시선이 생긴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어떤 글은 예상보다 많이 읽혔고, 어떤 글은 조용히 잠들었다. 그 차이를 보면서 우리가 무엇에 관심 있는지, 외부에서는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감이 생겼다. 팀 내부에서만 일하면 보이지 않는 시각이다.
팀이 글을 쓴다는 건 그냥 홍보가 아니다. 생각을 언어화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이 팀을 정리한다.
100번째 글에 바라는 것
거창한 선언은 하지 않겠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하고 싶다. 앞으로도 쉬운 글만 쓰지 않겠다. 불편하거나 아직 결론이 안 난 것도 써야 한다. 그게 쓸모 있는 블로그와 쓸모없는 블로그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101번째 글도 그렇게 시작할 것이다.
— by slecs